메르스(MERS)와 닮은듯 다른 COVID-19
임상시험 업계에 종사한지 6년째 되던 2015년, 메르스(MERS) 사태를 겪었습니다.
메르스(MERS)는 전염성이 있으며, 치료제나 백신이 없는 생소한 중동 호흡기 증후군(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으로 한때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했습니다. 많은 의료진의 노력으로 약 한 달간의 소동 후 메르스는 빠르게 소강상태에 접어들었고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혔습니다.
그러다 2019년, 코로나바이러스 (Coronavirus) 가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중국 우한에서 발생하였다고 알려져 있으며, 메르스 와 같이 호흡기 증상을 유발하는 감염병입니다.
한 달 정도 있으며 소강 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무서운 속도로 전세계로 확산되고, 치사율이 높아지자 WHO가 코로나바이러스 비상사태를 선언했습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감염되어 오면 어김없이 온가족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격리해야만 했고, 직장인들은 재택근무를 할 수밖에 없었으며, 마스크 품귀, 의료진 부족 사태 등의 대대적인 혼란이 지속되었습니다.
임상시험 업계 종사자가 체감한 COVID-19 팬데믹
당시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항암면역치료 임상시험을 활발히 하던 제약사에서 일하고 있어, 당장 모니터링을 위해 병원을 방문하는 데에 제약이 있었습니다. 국내에서는 원격으로 병원의 의료시스템에 접근하는 데에 시스템 및 제도적으로 제한이 있어 모든 임상시험 계획서의 Monitoring Plan 은 On-site, 즉 기관을 직접 방문하여 데이터를 확인하도록 되어있었습니다.
이렇게 업무로 인한 병원 방문이 제한되어 회사에서는 급히 Remote Monitoring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SOP, Monitoring Plan을 고안해야 했고, 모든 업무는 원격으로 전환되었습니다.
하지만 system 제약으로 환자의 의료 정보에 접근할 수가 없으니 Remote Monitoring이라는 것이 결국은 e-CRF (electronic Case Report Form) 를 통해 단순히 데이터가 web에 입력되었음 정도를 확인하고 쿼리가 잘 해결되고 있는지, 연구자, 연구간호사 또는 관리약사와의 연락을 통해 기관에 특별한 이슈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정도였습니다. 이렇게 나중에 기관에 나가서 직접 확인해야 하는 데이터의 양은 쌓여만 가고 있었습니다.
동시에 화이자, 존슨앤드존슨 그리고 머크와 같은 글로벌 제약사들은 너도나도 코로나 백신,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습니다. 분명 인류애와 책임감도 있었겠으나 비즈니스 측면에서 볼 때에도 블록버스터 시장임이 분명했기에 가능성 높은 초기 물질을 발견하면 Fast-track 으로 규제기관 심사를 하고 임상시험에 돌입했습니다. 코로나 백신, 치료제의 임상시험은 긴밀하게, 빠르게 시행되어야 하는 만큼 임상시험 업계는 때아닌 호황을 맞이했고, 인력난에 시달렸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모든 임상시험 데이터를 100% SDV (source data verification), SDR (source data review)를 진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회사는 Risk-based Monitoirng의 개념을 SOP에 적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전체 환자의 전체 데이터 중 무작위 배정 진행된 순서로 1,3,5,7...etc 번째 환자만 SDV, SDR 을 시행하고 investigational product와의 관련성을 배제할 수 없는 심각한 약물반응은 추가로 모니터링 등을 시행하는 등의 기존의 100% Monitoring 을 대체하는 개념입니다.
규제당국 또한 COVID-19 상황에 따른 진료지침, 치료 지침, 검사 지침서를 새롭게 발간하는 등 최선을 다해 상황에 대응했습니다.
진화하는 임상시험 업계
약 3년 4개월의 기간 동안 치열하고 또 치열했던 팬데믹을 겪고, 2023년 5월 WHO가 COVID-19 비상사태 해제를 선언했습니다. 그동안 우리의 일상은 너무나 많이 달라졌고, 업계에서도 Risk-based monitoring, Teams를 통한 원격 회의, 재택근무 등은 New Normal 이 되었습니다.
한창 팬데믹이 진행 중일 때에는 환자가 병원을 방문하여 약을 처방받고 치료받는 기본 의료 행위조차 어려웠고 이에 따라 임상시험 참여 환자들이 연구계획서에 따라 기관방문을 진행하지 못하는 등의 어려움도 있었습니다.
제2의, 제3의 코로나바이러스에 대비하여 임상시험 업계도 진화하고 있습니다. 대상자가 기관을 방문하지 않아도 임상시험에 참여가 가능한 Remote (Decentralized) or Hybrid 형태로 임상시험을 계획하고, 더 나아가 Real world clinical data의 세계도 확장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다음 포스팅에서 변화하는 임상시험 형태에 대해 자세히 다루어 보겠습니다.